대체로 즐거운 하루 Vol. 3 아니, 아직도 올해가 반이나 남았잖아요? 게다가 한 살 어려짐. 이득! 비가 우장창장 오고 있는 아침에 편지를 씁니다. 6월 한달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희는 여전히 우당탕탕 얼렁뚱땅 어리둥절, 콩알만한 작은 회사를 이리저리 굴려가며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해외 바이어들과 온라인 미팅을 하느라 낮밤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그결과 미국 오레건 주의 마트에서 우선적으로다가 다능식을 테스트해보기로 했습니다. 또, 9월쯤에는 해외 박람회에 참가할 예정이에요. (저희의 CES 진출기는 인스타그램에 인스타툰으로 연재해두었습니다. 참고하실분은 한 번 훑어보세요!) (팔로우도!) (좋아요도!) (찡긋) 이에 앞서, 다능식이 영국 비건 협회의 비건 인증을 완료했습니다! 1944년 만들어진 이 단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조직인데요, 'VEGAN'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곳이래요. 사실 처음에는 다들 저희의 이야기를 안 믿었거든요. 청국장을 가지고 우주정복, 세계진출! 그런데요. 그냥 꾸준히 방법을 찾고 실행해보다보니 어떻게든 되어가네요? 정답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냥"하면 뭐든 된다는 우주의 비밀이 진실인가,.... 하며 반신반의하는 요즘입니다. 저희는 일하는 것 빼고는 우주 최강의 게으름뱅이들이므로,.... 저희도 하니까 모두들 할 수 있을 거라는 그런 메시지를 진심으로 전해드리고 싶어요. 오늘의 날짜를 달력에 동그라미 쳐보면서, 실은 올해가 반이나 갔구먼.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다시 생각해보니 장마는 이제 시작됐고 바닷가는 아직 가보지도 않았고, 가을 단풍 놀이에 겨울의 눈구경까지 올해도 즐길 수 있는 계절이 잔뜩 남았더라고요. 지나간 계절을 돌이켜보니 벚꽃놀이 정도가 지났네요. 2023년은 반이나 남았구요, 게다가 한 살 어려지기까지 했으니 1년 6개월을 번 것 같은 그런 기분 비건식당 대탐험 해방촌 '바이두부' 바이오 멤버 S와 K는 이태원 해방촌에 살고있습니다. 고꾸라질듯한 언덕, 눈물의 주차쇼 같은 것만 빼면 정말로 이 동네를 사랑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가까워서...), 근처의 비건 샌드위치 가게 '바이두부'를 방문했습니다. 오전 8시 30분 부터 오후 5시까지 영업하고 화, 수는 휴무입니다. 용기를 가져가서 테이크아웃을 하면 10% 할인, 댕댕이들도 대환영하는 작고 소중한 아름다운 공간! 브로콜리 두부 강정. 가운데는 소이마요 소스.바이두부랩. 당근 옆이 두부!에그레스 샌드위치. 이렇게 에그가 보이는데?!개인적인 취향을 저격하는 외관. 발효콩을 만드는 저희로서, 역시 두부를 소재로 얼마나 재미있는 음식들을 만들었을지가 최대 관심사였어요. 브로콜리 두부강정 : 두부는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구워내구요, 재료는 모두 비건. 특히 드레싱이 인상적인데요! 라임을 직접 짜서 만드는 라임 비니거라고 하네요. 브로콜리 두부강정의 그릇은 버려진 코코넛 껍질을 최소한의 가공만 해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퀴노아, 키무트, 검은콩, 적양파, 옥수수 등 곡물들도 잔뜩 있어서 한그릇으로 배가 무척 불러요. 특히 두부는 튀기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바삭하고 쫀쫀한지! 바이두부랩 : 엄청 커요. 고수가 들어갑니다. 두부는 두부강정의 두부랑 같은 친구 같아요. 새콤한 당근초절임과 할라페뇨도 같이 들어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소스가 강렬해요! 매콤달콤. 소스 양이 많은 편인 것 같은데, 멤버 S는 다음번엔 소스 양을 조금 줄여달라고 말씀드릴거래요. 에그레스 샌드위치 : 너무나 달걀같은데 달걀이 없다니. 에그마요 샌드위치 맛인데 그런데 에그가 없는... 에그의 비밀을 여쭤보고 싶었지만 너무 바빠보이셔서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에그레스 샐러드 안에는 양파 플레이크가 들어있어서 바삭! 딸기쨈도 들어있어요. 좋았어요, 이 책! <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용병 멤버 J는 수백권의 책을 짊어지고 이사를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아이가 태어나면서, 고양이의 길이와 둘레, 늘어났을 때 손이 닿는 곳까지의 높이, 창문의 위치를 고려해 직접 만든 책장을 <사과가 쿵>, <달님 안녕>, <엉덩이가 뿌뿌빠빠 어쩌고...> 등에게 내어주게 되었어요. 매년 책정리를 했지만, 자꾸만 책을 사고 모으고 몇몇 책들은 '언젠가 이 부분이 필요할거야'라며 쟁여놓았는데요. 이번엔 큰맘먹고 딱 100권만을 남겨둔채 나머지를 모두 알라딘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판매가 불가한 책들은 어쩔 수 없이 재활용으로 보냈어요. (책곰팡이, 햇볕에 변색, 고양이들의 테러로 희생) 오랜만에 펼쳤더니 이책도 테러를 당했네요. 타박타박 걷다보면 하루하루가 반짝반짝 빛난다! 라는 띠지의 글귀가 맘에 들어서 샀던 것 같은데요, 말그대로 3명의 신녀성이 하루하루 타박타박 살아가는 내용입니다. 번역일을 하는 하야카와는 잡지의 독자선물 코너에 응모한 뒤 경품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받게 됩니다! 원래 살던 도쿄에는... 주차비가 너무 비싸 그대로 시골로 이주! 여기서부터 너무나 마음에 드는 전개 아닌가요....! 경리부에서만 14년을 일한 커리어우먼 마유미, 여행사에 근무하면서 사람이 조금씩 싫어진 세스코까지 세 친구가 주말이면 숲을 걷고 시골 생활을 잔뜩 만끽해요. 자연에서 배우는 것들이 하나씩 늘어가는 세사람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하야카와의 '작정하지 않는 태도'가 좋아요. 기왕 시골생활을 하는 거,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워보라는 친구들의 권유에도 '도쿄에 돌아가고 싶어지면 데려갈 수가 없잖아' 하고 거절 필요한 물건들은 온라인으로 주문 (유기농 채소 포함) 친구들이 사오는 도쿄의 스위츠들을 기다림 (온라인으로 주문하기도 함) (자주) 이웃 아저씨가 민박집을 접으며 카약을 줬는데, 카약을 탈 때는 입을 구명조끼로는 몽벨을 선택 번역일 외에 할 수 있는 일도 적극적으로 찾기. '기모노 입는 법을 가르쳐 드립니다' 작정하고 시골에 살며 자연인이 되겠다! 가 아니라, 그저 주차할 곳이 필요해 시골로 이주한, 굉장히 심플하고 실용적인 태도가 좋아요. 그러면서, 시골의 생활 역시 적극적으로 즐깁니다. 새 소리를 듣고 구분하는 것, 밤에 숲길을 다니는 것, 카약을 타고, 삼나무 잎을 비비면 자몽 향기가 난다는 것을 이웃 아저씨한테 배우는 것. 아마도 하야카와는 도쿄에 살때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즐기면서 지내지 않았을까요? 세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도 무척 인상적입니다. 마스다 미리가 괜히 이시대 여성들의 심금을 울리는 게 아니에요. 숲에서 나눈 대화, 그 다음은 세스코와 마유미가 각각 도쿄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숲에서의 대화를 다시 한 번 떠올려요. 먹을만큼 먹은 나이지만 계속해서 성장하는 세친구를 보는 건 정말 즐겁답니다. "누가 보지 않아도 핀다는 것, 참 싱그러운 느낌이야." "글쎄, 어차피 필 거라면 난 누군가가 봐주었으면 해. 그렇지만 참 예쁘다." "응." -눈속에 핀 물파초를 보면서 나눈 하야카와와 세스코의 대화. p15 "노 젓는 방법이 틀린건가? 가려고 하는 방향에서 틀어져버려..." "마유미, 손끝만 보지 말고 고기 싶은 곳을 보면서 저으면, 그곳에 다가갈 수 있어~" -카약을 타며 하야카와와 세스코의 대화. p49 "두부집 아저씨는 모르는 새가 없어. 멋지지 않아? 하늘을 나는 모든 새의 이름을 알고 있다니! 두부집 아저씨에게 그냥 '새'는 없어. 새에게도 모두가 그런 것처럼 이름이 있으니까. 우리도 마찬가지겠지. 그냥 '인간'이라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거야." -새 이름을 맞춰보며 하야카와야 마유미의 대화. p67 소창 행주 세 달 사용기 물티슈 대신 소창 면으로 만든 행주를 사용한지 어언 세 달! 물티슈 사용량이 급감했습니다. 평소 두 달에 한 번은 물티슈 100매짜리 10개들이 한 박스를 샀는데요, 아직 재구매를 하지 않고 네 개 정도 남아있습니다. 소창 행주와 소키 행주 전용 비누의 장점이 너무 많아서,.... 우선 물티슈보다 훨씬 잘 닦입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물티슈'다 보니, 대체로 얇고 저렴한 것을 사게 되는데요. 그 친구들은 한 장으로 해결되지 않죠. 심지어 식탁을 닦을 때도 두세장을 사용했어야 했는데, 행주는 쓱쓱싹싹 너무 잘 닦여요. 물뭍은 행주로 쓱, 마른 행주로 싹! 깨달음 1 나는 생각보다 더 게으른 사람이다 처음에는 두세 장 정도의 행주를 사용했는데, 여덟 장으로 늘렸습니다. 게으름으로 인해,... 식탁을 닦은 행주를 '이따 빨아야지~~' 하고 그냥 두었다가 물티슈를 뽑게 됐거든요. 바로바로 빨자! 하고 다짐했지만 그냥 게으름을 인정하고 행주를 늘렸습니다. 깨달음 2 행주를 빠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한번 쓱 식탁을 훔친 행주, 뭐 빠는데 힘들겠어? 했지만 대충 비누로 쓱쓱 했더니 안 빨리는 구석이 있더라구요. 행주를 촥 펴서 비누를 두어번 (앞뒤로) 문지릅니다. 촥촥 비비고 얼룩은 더 꼼꼼히! 따뜻한 물로 빡빡 행구면 구겨진 미간도 펴지는 기분이에요. 탈탈 털어 챡 싱크대에 널어두었다 바싹 마른 행주를 각을 세워 접는 것도 즐거운 일과에요. 깨달음 3 행주가 물들었다 흘린 김치국물을 닦고 빨았더니 번졌어요... 이럴땐, 과탄산소다가 해답! 넓은 그릇에 행주와 과탄산소다를 넣고 뜨거운물을 부어요. 보글보글보글보글 신기하게도 거품이 나는데요, 산소계라서 호흡기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사용할 땐 고무장갑을 끼고 가루가 눈이나 코, 입으로 들어가지 않게 조심하라고 써있습니다). 행주를 잘 펴서 골고루 챡챡 해주고, 30분 정도 둔 다음 깨끗하게 헹구면 끝입니다. 그,... 일주일에 한 번은 요렇게 해주면 좋은데요, 전 앞서 말씀드렸듯 생각보다 더 귀찮음이 많은 사람이라 밤에 담궈두고 깜빡(이라기보다는 내일할래) 했더니, 어쩐지 더 하얗게 된 건 기분탓일까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삶에 재미를 붙이는 소소한 방법들이 있으시다면, 디엠으로 알려주세요. 저희도 함께 실천해보고 그 이야기를 다른 분들과도 공유하고 싶어요. 어떤 것이든 괜찮아요! 정말로 궁금해요. 그리고 저희 다능식이 올해 두번째로 완판되었어요 저희 제품들은,.... 콩 고르기부터 건조, 발효, 분쇄까지 다 직접하기 때문에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이 한정적이거든요... 헤헿.. 다능식은 원료 수급에 약간의 차질이 생겨서, 7/3(월) 부터 주문가능합니다! 더더 많이 사랑해주세요! 그리고, 다능식에 물을 110ml만 넣으면 스프처럼 드실 수 있어요 (하단의 사진처럼!). 오트밀같은 맛이 나는데, 저는 요즘 여기에 감자를 삶아서 깍둑썰기해 넣어 먹습니다. 배불러요, 맛있어요,.. 든든해요.. 그리고 화장실을 잘 갑니다... (천연 프로바이오틱스,.. 사랑해..) 다능식,...한 번 먹어볼까 뭐..,... 할일 리스트에 올렸지만 끝내 지우지 못한 일들은 6월과 함께 스르륵 잊어버리고, (참고로 저는 4800개 정도 있습니다) 쨍쨍한 햇볕과 살갗에 남은 바다의 소금기, 나무 그늘, 새파란 색의 비치타올 이런 것들을 즐기는신나는 여름을 만끽해요, 우리! 그럼, 7월의 마지막날에 찾아뵙겠습니다.